삼별초군!
그들만이 망명정부가 있었던
고성리 항파두리로 떠나봅니다.
안개 자욱한 저 성안에서
그들이 꿈꾸었던 세상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삼별초의 김통정 장군은
진도에서 패배하자
무리를 이끌고 제주에 들어와
천아오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보다 방어에 유리한
현재의 항파두리성으로 자리를 옮겨
그들만의 망명정부를 세웠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이 항파두리 외성입니다.
이 외성이 감싸고 있는 항파두성은
북쪽으로 애월 앞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고
주변으로 고성천과 소앵천이 둘러싸고 있어
천연의 입지를 자랑합니다.
김통정 장군은
15리에 걸쳐 이 타원형의 토성을 쌓아 백성을 살게 하고
안에는 다시 돌로 내성을 쌓아 관아를 지었습니다.
이 외성은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안에는 돌로 쌓고 밖에는 흙을 덮어둔 이중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성 위에는 재를 뿌려두었다가
관군이 쳐들어 오면
이 위에서 말을 달려 재가 날리게 함으로써
적의 시야를 어지럽히기도 하였다네요.
이 성을 쌓을 당시
제주 백성들은 너무 배가 고파
다른 사람이 똥을 싸면 따뜻한 김이 사라지기도 전에
호록 주워 먹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항몽순의비입니다.
외성 안에 다시 700m 정도의 사각형 내성을 쌓았던 이 항파두리성에는
관청과 민가 등은 물론 사찰까지도 들어서 있었다는데요.
무척이나 견고해 보이는 이 성이 함락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전설도 전합니다.
당시 파군봉에서 패한 삼별초군은
항파두리성 안으로 도주해와 성문을 굳게 닫았는데
그때 불행히도 아기업개가 성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관군이 뒤늦게 도착했으나
삼별초군은 쇠로 된 성문을 굳게 닫고 저항에 들어갔죠.
관군이 이에 어찌할 바를 몰라 애를 태우자
옆에서 바라보던 아기업개가 그랬답니다.
"열나흘만 불무질하민 녹아없어질 건디 무사 겅 조들암수꽈?"
이에 관군은 반신반의하면서 그대로 따라했더니
마침내 성문이 녹아내리고 성은 함락되고 말았답니다.
이로부터 제주에는 '아기업개 말도 들어야 한다.'는 속담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 돌쩌귀들은
항파두리성 동 서 남 북에 위치했던 성문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발굴조사에서 발견된 9기가 보존되고 있습니다.
'살맞은 돌'입니다.
항파두리성을 한바퀴 돌고 유수암쪽으로 나서는 길에
이곳으로 가는 안내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시 삼별초군들은
항파두리성 남문에서 1km 정도 떨어진 극락봉에서
저 바위를 표적으로 삼아 활쏘는 연습을 했다는데요.
화살을 맞은 돌이라 하여 이름도 '살맞은 돌'입니다.
귀일리 해안에서 2.6km정도 내륙으로 들어온 이곳에
삼별초군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이곳의 천연적인 입지 조건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내성을 보호하기 위해
성 주위에 해자를 설치해서
관군의 공격에 대비하기도 했답니다.
이 성안에는 옹성물과 구시물 등 2개의 우물이 있었는데
사진은 극락사 안에 있는 옹성물입니다.
이 물은 당시 귀족들만 사용하던 우물이었으며
현재는 극락사에서 부처님 공양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극락사 자리는 예전 항파두리성 안에 속해 있었으나
지금은 성밖 길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우물이 자리잡고 있는 극락사의 원래 위치는
현재의 이곳이 아니라
삼별초군들이 군사훈련을 하던 극락봉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4.3 사건으로 폐사된 후
1953년 인근 유수암리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였다가
결국 원래의 자리로는 돌아가지 못하고
1957년 현재의 이곳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극락봉에는 얼마전까지 폐사지의 흔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누군가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려서
전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구시물입니다.
구시란 나무나 돌로 파서 만든 수로를 뜻한대요
성밖에 또 작은 토성을 쌓아
이 우물을 보호하였고
군사들과 마을 백성들이 이용했답니다.
장수물은 성밖에 있었고 주로 백성들이 사용했다고 하는데
전설에 의하면 김통정 장군이 성위에서 뛰어 내리자
바위에 발자국이 패이면서 그곳에서 샘물이 솟아나게 되었답니다.
성을 한 바퀴 돌고 나왔습니다.
삼별초군은 이곳 전투에서 거의 전멸하고
김통정 장군만 부하 70여명을 이끌고
붉은 오름에서 항전을 계속했으나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삼별초 이야기. 어떠셨어요?
솔직히 별로 재미없으셨죠.
그러나 외지에서 들어온 삼별초군에게
제주 백성들이 호응한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떠난 산책길이었습니다.
지방 관리들의 수탈에 지칠대로 지친 제주 백성들에게
해방의 깃발을 달고 나타난 삼별초군은 어떤 존재였을까...
......
고민끝에
이 항파두성은
그들만의 망명정부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주백성과 함께 일으킨 새로운 세상!
꿈의 나라!
비록 여몽연합군에 의해
그 꿈은 산산조각 나고
제주 백성의 고통은
계속되긴 했지만
.....
우리 제주의 역사....
다시 살펴 보니
곳곳에 사연이 깃들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아직은 스스로도 채 정리되지 못한 생각이지만
함께 나누면서 조금씩 정리해 갈 수 있었으면
큰 행복이겠습니다.
행복한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