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무꽃

by 산드륵 2008. 2. 28.
728x90

무꽃 피다...........마경덕

 



비닐봉지를 열어보니 후다닥 뛰쳐 나간다. 가슴을 치고 순식간에 사라진다.

 

비닐 봉지에 담긴 묵은 무 한 개 꽃자루를 달고 있다. 베란다 구석에서 뒹굴던 새득새득한 무. 구부정 처진 꽃대에 보라빛 꽃잎이 달렸다. 독하다. 정말 독하다. 물 한 모금 없이 꽃을 피우다니. 손에 얹힌 무. 몸집보다 가볍다. 척, 제 무게를 놔버리지 못하고 주저주저 망설인다. 봄이 말라붙은 무꼬랑지 쥐고 흔들어댄 모양이다. 창을 넘어와 봉다리를 풀고 무를 부추긴 모양이다.

 

눈을 뜨다만 연보라빛 무꽃. 여기가 어디라고 덜컥, 꽃이 되었던가. 어미 살을 파먹고 꽃이 된 무꽃. 쪼그라진 젖을 물고 있는 무꽃.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탈  (0) 2008.02.28
정소암 화전놀이  (0) 2008.02.28
삼별초(2)  (0) 2008.02.28
삼별초(1)  (0) 2008.02.28
눈섬  (0) 2008.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