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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사찰

관음사의 가을

by 산드륵 2008.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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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기슭

아미산에는

낮에도 달이 뜹니다.

 


아미산에 그려넣은

고운 눈썹같은

관음사

 

그 관음사의 산신각 기둥에는

어제 진 달 위로

다시 또 새 달이 돋아

월인천강을 이루었습니다.  


가을 햇살로

단청한 고운 잎사귀 


그 가을이 어디쯤 왔나

엿보기 위해

한라산 관음사를 찾았습니다.


가을 나무 아래서

명상에 드신 부처님


나무를 사랑했고

나무가 사랑했던

부처님


그렇게

나무와

부처님은

가을 속에서

서로 평안해 보였습니다.

 

숲 속에 놓인

나무 의자에 앉아

가을 냄새를 맡습니다.


나무 줄기처럼 뻗어올랐다가

다시

가을 낙엽처럼

우수수 지고마는

분수대의 모습


김석윤 스님과 강창규 스님의 후원하에

안봉려관 스님이 창건하여

근대 제주 불교의 중흥을 알렸던

관음사의 아름다운 전경입니다.


관음사를 감싸앉은

숲 속 곳곳에

가을이 무르익었습니다.


맑은 독경소리 울려퍼지는

스피커

 

처마 밑

 


4.3 당시 토벌대가 장악했던 돌담


밤나무

 

누군가

한참을 서서

달이 흐르는 하늘 길을 살펴보았을

그 길가에도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배고픈 등산객들이

부처님께 공양할 밤톨까지

모두 쓸어가 버려

이제 관음사의 숲에서

저 밤톨을 만나기는

어려웠지만

 


제주시를 한 눈에

내려다보며

새벽마다 도량석을 울려주는 관음사



그 길로

한라의 가을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산신각, 칠성각, 독성각, 나한전에 숨은

달님은

모두 천 개

 

그 달님이 가을타는

고운 날

 

모든 것 다 잊고

가을 속으로 깊이 걸어가 보았습니다.

 

그 깊은 가을 속에서

천 개의 달 그림자를 뿌리는

하나의 달을

만나게 되는 순간까지

멈추고 싶지 않은

가을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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