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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사찰

백련사 그리고 바다

by 산드륵 2008.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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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면시야는 흐려지지만 시선은 맑아집니다. 비가 내리는 날의 풍경 앞에서는 시선을 감추지 않아도 되기에 거짓을 말하지 않아도 되기에 비속으로 걸어가는 길은 언제나 마음 가볍습니다. 가을비가 내리는 오늘 추억 가득한 백련사에 내 시선을 던져보았습니다.  

 

비속에서 더욱 선명한 풍경 흐린 시야 속에서 더욱 선명한 사람의 향기가 있다면 아마 저런 빛깔의 향기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구좌읍 김녕리 백련사 1926년경 안봉려관 스님과 상좌 목련 스님께서 이곳 김녕리를 중심으로 포교활동을 시작하며 창건한 사찰입니다.

 

돌고 돌아 다시 이 문앞에 섰을 때는 내 마음에도 연꽃 한 송이 피어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쓸쓸하게도 늙고 지친 몸으로 겨우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퇴색한 수월문 앞에서 잠시 긴 숨을 들이쉽니다.

 

대웅전 모습입니다. 이곳 백련사는 1946년에 항일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김석윤 스님께서 주지로 머물러 있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비는 창밖에서 내리는데 어찌 닷집 안이 젖은 듯 보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관음보살상은 4.3 사건이 끝난 후 이화선스님께서 조성 봉안한 17세기 보살상입니다.

 

비속에서 채 눈을 뜨지 못한 흰 국화

가을은 이미 깊었는데 아직도 마음을 열려면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백련사의 벽해당 옆으로 올라가면이 사찰의 역사를 말해주는 비석들이 소박한 모습으로 줄을 지어 있습니다.

 

백련사에서 달빛이 가장 고운 곳. 백련사에서 빗소리가 가장 잘 들리는 곳. 저곳에서 빗소리를 듣는 내 마음을 바라보다 아쉬운 발길을 돌려바다로 향하였습니다. 

 

비에 젖은 해안도로를 따라 김녕에서 행원, 한동의 바다를 스쳐갑니다.

 

환해장성입니다.제주도 연안을 빙 둘러놓은 환해장성은 고려 원종 11년 (1270)에 삼별초가 제주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고려 조정에서 영암부사 김수와 고여림 등을 제주로 보내 쌓기 시작했는데 그후 조선 조에 와서는 왜구를 막기위한 성벽으로 여러 차례 중축되었습니다.

 

이곳 해안도로에는 행원리와 한동리 환해장성이 남아있어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길의 끝에 등대가 서 있습니다. 내 인생의 끝에도 어둔 길을 밝히는 등대 하나 서 있어 이 무명의 길을 밝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대하고 소원합니다.

 

바람개비처럼 돌고도는 인생길에 폐선처럼 한 곳에 정박해 있어선 아니되겠죠.

 

비속에서 꽃들도 꽃잎을 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버릴 것을 다 버리고 나서도 향기만은 버리지 말고 저 고운 꽃처럼 이 가을을 견뎌내고 싶은 게 저의 마지막 욕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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