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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오백 당오백(폐사지)

서관음사 폐사지

by 산드륵 2008.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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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걸어갔던 길은

외로운 길

 

그러나

그 외로움을 알기에

닮은 모습으로

따라걷는 이들도 있습니다.

 

제주시 도평동 숲 속.

이세진 스님의 서관음사 터.

 

이곳은

1939년

이세진 스님께서

기와공장을 설립하여

가난한 백성들과 승가의 경제 자립을

꿈꾸었던 곳입니다.


어려서부터

내장사의 백학명 스님과

깊은 인연을 맺고

내장선원 등에서 강사 생활을 하다가

1939년 고향인 제주로 내려와

불교혁신 운동에 앞장섰던 이세진 스님

 

그의 꿈이 자라던 곳에

이제는

폐허 속의 푸르디푸른 댓잎 울음만

가득하게 된 것은

이 땅 제주에 불어온 피바람

4.3으로 인해서입니다.



제주 4.3 발생 이후

차가운 총탄 앞에

맥없이 쓰러져 가는

백성들을 외면할 수 없어

이곳 서관음사 기와 공장의 일은

후일을 기약하자 하고

과감히 산으로 향했던 이세진 스님.

 

그러나 산왕이라 불렸던

스님의 뜨거운 가슴에도

차가운 총알이 날아와 박히면서

이곳 서관음사의 꿈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대로 잊혀져

사라져가던 이곳에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쓰러져 가는 폐가와

아무도 찾지 않는 우울한 우물

 


그러나

폐허 속에서

어떻게든

희망을 붙잡으려 노력하는

제주불교사연구회님들의 힘으로

길없는 저 길에

저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숱한 이야기

다 풀어내기에는

너무나도 황량하기 그지 없는 이곳이지만

다시 한 번

길은 거칠어도

외롭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의 외로움을 알고

따라 걸으려는

산책님들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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