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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오백 당오백(폐사지)

곽지리 폐사지

by 산드륵 2008.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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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의 고운 인연들아!

 

오늘은

한때

님들만큼 고왔을

할머니 말씀 한 번 듣고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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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5세

태어나서 이 나이가 되도록

한번도 이곳 애월읍 곽지리를

떠나본 적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

 

곽지리 폐사지를 찾아나섰다가

폐사지만큼이나

다정한 말씀 마음에 품고 있는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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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지리 새마을 금고 바로 앞

'물팡돌'이라 불리는 이 돌은

곽지리 폐사지에서 출토된 기단석입니다.

 

바로 인근에 자리한

곽지리 폐사지, 절왓에서

이 기단석이 

이곳으로 옮겨지던 그날을

할머니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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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이 길이

지금처럼 넓지 않았지.

겨우 두어 사람 지나갈 정도...

그런데

절왓을 파헤칠 때

그곳에서 나오는 돌들 중에

혼자서 들고 갈 수 있는 돌들은

모두 자기 집으로 가져갔는데

저 물팡돌만은 너무 커서 그럴 수가 없는 거야.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저 돌을 여기에 놓기로 합의하고

이곳으로 옮겨왔지.

예전에 곽지에는

나는 물이 없어서

곽지 해수욕장에 있는 '과물'에서

물을 떠다 먹어야 했는데

허벅을 지고 올라오다

지치면 이곳에서 쉬어가기 좋도록 말이야.

 

그런데

길은 좁고

돌은 너무 커서

옮기다가 돌에 금이 가고 말았어.

그때 일이 생생해.

 

부러진 돌은 버렸고

남은 돌은 여기 놓고 쉼팡으로 쓴지 참 오래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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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곽지리 폐사지

그곳은 아직도 절왓으로 불리는데

사진 속 곽금초등학교 후문에서

중질을 따라 50여미터쯤 걸으면 보입니다.

 


곽금초등학교는

원래 사전(寺田) 동산이라 불리던 곳이야.

봉긋하게 솟은 동산이었는데

국민학교를 짓는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서

동산을 깎았지.

그때 나도 등짐을 지고 돌을 날랐어.

 

이곳은 사전(寺田)이고

저쪽으로 가면 관전(官田)이 있어

관에서 부처먹던 밭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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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초등학교 후문 건너편에서

오른쪽 길이 바로

절질, 혹은 중질로 불리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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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하도 오가서

중질이라 불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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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호박밭이

바로 절왓입니다.

이원진의 탐라지에는

재주서사십오리금폐(在州西四十五里今廢)라고 기록되어

조선 효종 2년 경에

이미 폐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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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절왓은

이상하게도 밭 한가운데가 동산처럼 솟아있었지.

그게 하도 궁금해서

어릴 때 아버지에게 물어봤더니

이렇게 말씀 하시더라.

 

제주는

절오백 당오백이라

절이 참 많았는데

어느때

어느 목사가 들어와

모두 부숴 버리고 말았단다.

그때는 절을 어떻게 부쉈냐 하면

사람들이 달라붙어

그 자리에서 그대로 마구 내리치니까

절이 있던 자리에

기와며 기둥돌들이 그대로 주저앉아

둥그렇게 쌓이게 된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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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왓의 풍경입니다.

밭 가운데 둥그렇게 쌓여있던 돌들은

이후 마을 사람들이

각자 쓸만한 것을 골라

집으로 가져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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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수많은 세월이 흐르며

수많은 정지 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절왓에는

수많은 기와 파편들이

곳곳에 뒹굴고 있습니다.


우연히

명문기와를 발견했습니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의 유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물이 발견되고 있는 이곳의 역사를 밝히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어골무늬 기와 파편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발견됩니다.

 


돌담을 아예

기와로 덮었습니다.

 

돌담 구석 구석에서

옛 유물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부서진 유물들


여기저기

절왓 주변에는

이런 유물들이

여전히 산재해 있습니다.



꽃처럼 고운

할머니 이야기

 

아직도

절오백 당오백을 기억하는

할머니 이야기

 

듣고픈 이야기는

참으로 많았는데

굵은 빗살이

가로막고 말았습니다.

 

오늘

제주불교에 내리는 굵은 빗살이

또 다른 이야기를 가로막지는 않을까

그것이 못내 안타까운

비오는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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