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따라가는 일은 즐겁습니다.
붓다의 향기를 따라가는 일은 더욱 즐겁습니다.
서천암!
혜일 스님의 향기어린 이곳은
탐라지에 의하면
도근천 위쪽에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현재 혜일스님 시비가 서 있는 매바위 위쪽과
또하나
매바위에서 약 200미터 떨어진
계곡 건너편
과수원 터가
바로 그곳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서천암 폐사지로 추정되는
보광천 바로 옆 과수원 터입니다.
정확한 지명은 해안동 2278-2번지입니다.
사라교에서 무수천 계곡으로 올라가다보면
커다란 다리 하나가 솟아있는데
이곳 과수원 일대가
서천암지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밭주인 어르신의 말씀에 의하면
다리가 생기기 전
이곳은 하나의 절터로서
'덕절'이라 불렸던 곳이라 합니다.
다리가 생기고 길이 새로 나면서
지금은 두동강이 나고 말았습니다.
이곳 옛 '덕절' 터에는
사진처럼 샘이 솟던 흔적이 역력합니다.
이 옹달샘 바로 위에는
오래도록 미륵석상도 모셔져 있었는데
몇 년 전
해안동 돌나무 식당으로 옮겨졌습니다.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석불이 모셔져 있던 옹달샘 윗쪽입니다.
석불이 이곳에 있을 때는
기도하러 온 사람들이 남겨놓은
촛대도 발견되곤 하였답니다.
밭 주변에
기와 파편들이 널려있습니다.
이곳이
덕(德)절이라 불린 까닭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무수천 지경을 따라
맑은 종소리가 한꺼번에 울려퍼지던 시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이곳에서 다리 건너 200미터 지경에는
관음절
즉 이세진 스님의 서관음사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밀려오던 종소리를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관음절 종소리는 서울 남대문까지 울려 퍼진다."
오늘도 여전히 그 종소리를 기억한다는
마을 어르신은
관음절은 무척이나 컸던 절로서
지금의 오성레미콘 공장 마당에도
관음절 주춧돌이 있었는데
공장을 세우면서 주춧돌도 묻혀 버렸다고 전해주십니다.
아마 서관음사 세진스님의 커다란 인품이
그 절의 크기는 물론이고
종소리마저도
무한히 확대시켜 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안동 돌나무식당에 모셔진
덕절의 미륵부처님입니다.
매바위 윗쪽
혜일스님의 시비가 서 있는 곳에서
덕절까지는 아주 가깝습니다.
계곡으로 건너가면 더욱 가까운 곳입니다.
덕절에서 도량석을 돌면
매바위가 먼저 깨어날 것입니다.
어느 곳이
정확한 서천암 터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곳 무수천 계곡을 사이에 두고
고대의 사찰이 맑은 향을 피워 올렸던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다만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기억을 더듬어
매바위 윗쪽을 서천암이 있었던 곳으로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혜일스님과 절물(현재 향림사)과의 관계도
기록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마을 어르신 강일도님께서
옛 어른들의 말씀이다라고 하여
혜일스님 시비에
향림사와의 관계를 거론한 것이라 합니다.
거리상으로 볼 때
두 곳 모두
서천암 경내에 들어있을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는데
저는 다만
혜일 스님을 기억하고 사모하는
마을 사람들의 그 마음이
더 좋아보였습니다.
옛 사람의 길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곳 무수천 계곡에서
님들도
잠깐이나마
모든 시름 잊으시고
천천히 노닐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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