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에 꽃이 있어주니 다행입니다.
살다가 더러 말로 할 수 없는 것은 꽃 보고 대신하라 부탁합니다.
사진은 성산읍 오조리 관광해양고등학교 맞은 편에 있는 오조리의 또다른 폐사지 모습입니다.
일출봉과 식산봉을 뒤로 한 이 일대 절터에서는 17세기경 유물로 추정되는 수많은 기와편과 도자편들이 산재되어 있습니다.
식산봉쪽으로 난 시멘트 길로 들어가면 경작지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기와편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름이 있다면 불러주고 싶습니다.
이름을 안다면 기억해두고 싶습니다.
이름을 부를 수 있다면 가만히 불러보고 싶습니다.
옛 기록에서 조차 누락된 오조리 폐사지...그러나 돌담 사이로 보이는 커다란 기단석은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마을에서는 해양고교 앞 시드 팬션 동쪽 경작지 일대를 절터로 부르고 있지만
그리운 상사화는 시드 팬션 남쪽 경작지 일대에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경작지 복개 작업으로 얼굴만 남긴 채 매몰된 상사화
그리운 님을 만난듯 반가워 뛰어가다가 돌담 위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었습니다.
제기랄! 구조의 손길은 늦고...
이 식산봉 기슭 아래로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파편들
경작지 바로 건너편에는 마을 사람들이 식수로 사용했다는 돈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경작지 안의 무수한 파편에 한 번 놀라고 단물과 짠물이 만나는 이곳의 풍부한 수량에 또한번 놀랍니다.
경작지 안에 있는 무덤가에서도 폐사지의 유물로 보이는 커다란 깎은 돌이 보입니다.
한 손에 안기는 게너는 찻잔
넉넉한 품이 너는 술잔
유물 분포지역만을 보건대 오조리 폐사지에는 생각보다 훨씬 커다란 사찰이 있었을 것으로도
추정이 됩니다.
이름을 알아도 불러주지 못한 것 그것의 이름은 새벽 길에 홀로 나온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