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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스님께서 떠주신 탁본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삶'이란 '기억의 복사본'같은 이 몸을 질질 끌고 다닐 때가 아니라 순간순간에도 온전히 빛나는 존재일 때 그때를 일러 '참 삶'이라 하는 거구나.
무지개 다리 건너 어느 시절 꽃을 피웠을지 모를 폐사지로 가는 일에 그래서 힘이 생깁니다.
제주시에서 성산포 방향으로 달리다가 오조리에 있는 제주관광해양고등학교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약 100여미터를 가면 길 왼쪽에 탐라왕자 부씨 가문의 커다란 묘가 보입니다. 그 묘역을 중심으로 한 인근 경작지 일대가 오조리 폐사지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이 일대 너른 경작지에는 과거의 파편들이 정리되지 않은 기억처럼 잘게 부서져 흩어져 있습니다.
그 중 '기왓장아진밭', 즉 '기왓장 앉은 밭'이라 불리는 곳에서 가장 많은 조각들이 발견됩니다.
대부분 어골무늬 기와와 변형 어골무늬 기와들이 주종을 이룹니다.
기왓장아진밭 가운데 자리한 산소의 돌담에서 발견되는 유물.
인근 산소의 돌담에도 옛 폐사지의 것으로 추정되는 깎은 돌들이 보입니다.
현재는 경작지로 조성된 이곳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고운 무늬들
산산히 부서진 과거
귀퉁이에 남은 기억
옛 사람들의 흔적
이쯤에서 저물어 버린 시계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미 길을 가르쳐주신 옛 선사의 말씀을 되새깁니다. 거울을 부수고 오너라! 서로 만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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