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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면 동광 육거리에서 만나는
임문숙 일가 헛묘.
4월이 가까워올수록
제주
이곳의 봄바람은
더욱 매서워진다.
1948년 11월
인근의 큰넓궤에 숨어
지슬 몇 알로 연명하던 동광리 마을 사람들.
그러나 그 동광리 마을사람들은
눈 위에 찍힌 발자국 때문에
군토벌대에 발각되고
맨발로 혹은 짚신발로 혹은 고무신 한 짝을 끌며
한라산 영실의 볼레오름까지
몸을 피해 숨어들었으나
결국 대부분 붙잡히고
이후에 서귀포 정방폭포 위에서 학살당했다.
정방폭포에서 학살당한
제주민들은 겹겹이 쌓여 썩었거나
혹은 바다로 흘러가
확인이 불가능했다.
헛묘
시신이 없어
그 사람의 옷가지를 묻고
그 영혼을 불러 한 평 땅에 잠재운 이곳.
제주의 오름을 닮은
7기의 무덤에
모두 아홉 분의 영혼이 모셔져 있다.
그리고
이제
무덤가에는
걸음걸음마다 할미꽃.
제주의 들꽃은
제주 산하에 흩어진 탄피.
영혼의 깃털이
가지에 걸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얽힌듯 보이나
하나도 서로 얽혀있지 않은
동광리 헛묘의 배롱나무.
나무도 아는 공존의 방법을
권력을 쥔 탐욕스런 인간들만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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