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70주년 사진전 - 소리없는 기억
국가권력기관의 공간.
국회의사당 로비.
대법원 로비.
원근법 구도로
닫혀있는 세계와의 공간적 거리를 시각화한 작품이다.
1948년 4·3 당시
제주도민들이 느꼈을
국가권력과의 공간적 거리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991년 12월 22일의 침묵.
다랑쉬굴에서
4·3 당시 희생된 주민들의 유해가 발견되자
신원이 확인된 유족들이
침묵 속에 이동하고 있다.
1948년 12월 18일의 침묵.
군경합동토벌대에 의해 희생된
종달리와 하도리 주민들 11명의 유해.
유해발굴 이후에도 그들은
끝내 침묵을 강요 당하다가
1992년 5월 바다에 한 줌 재로 뿌려졌다.
사람이 있었다.
여기에도.
큰곶검흘굴.
제주남로당 구좌면당의 아지트.
깨어진 안경
부서진 칼.
양지로 나오지 못한
그날의 이야기들은
신화가 되어
동굴 속에서 떠돈다.
제주경찰서 망루
제주경찰서는
3·1절 기념식을 끝내고 돌아오던
제주도민들에게 발포하여
6명의 희생자를 내면서
4·3 발발의 도화선을 놓았던 곳이다.
1994년 발굴된
발아오름 유골.
4월
제주의 꽃에서는
오래된 화약냄새가 난다.
제주의 4월을 지나
저 빛고을에서 멈춰버린 5월.
꽃다운 새각시도
그 5월의 총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망월동의 피울음.
피딱지처럼 굳은
그 날의 소리없는 기억들.
5·18민주화 운동 고문 피해자
조작 간첩 사건 고문 피해자들.
국가는 지금
무엇으로 답을 할 것인가.
1990년 5월 27일.
1991년 4월 17일.
그리고 여전히
중국에 남겨진
일본군 성노예 피해 조선여성들.
이제
다시 4·3이다.
여전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하는 이 땅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는
그들에 대한 진실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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