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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 梅香

길섶의 매화가 향기롭기에 따뜻한 서귀포에는 매화가 어디까지 왔는지 궁금했다. 매화공원 여기저기에서는 이비라키현의 매화가 한 잎 두 잎 꽃잎을 열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곳의 매화는 3~4일 후면 아마 대부분 꽃잎을 열고 짙은 매화향기로 허공을 가득 채우리라 여겨진다. 그리고 2월 10여일까지 그 잔향을 좇을 수 있을 것이다. 문매問梅/기대승 問梅梅花答매화에게 묻다매화가 답하다 고적高適은 노래한다. 借問梅花何處落묻노니, 매화는 어디로 떨어지는가 매화/이규보 庾嶺侵寒柝凍唇不將紅粉損天眞莫敎驚落羌兒笛好待來隨驛使塵帶雪更粧千點雪先春偸作一番春玉肌尙有淸香在竊藥姮娥月裏身 한창 추운 유령에 언 입술을 터지고붉은 빛 지닌채 참다운 모습 변하지 않네피리 소리에 놀라 떨어지지 말고역사驛使의 오는 길을 기다려서 따르소서눈을..

‘지금’, ‘여기’, ‘우리’ - 소암기념관×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전

‘지금’, ‘여기’, ‘우리’ - 소암기념관×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전2025. 12. 23-2026. 2. 22 지금서화書畫는 언제나 ‘지금’을 담아왔다. 단정하면서도 자유롭고, 익숙하면서도 새로움이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날, 서로 다른 자리에서 그려진 한 획 한 획이 그 순간의 호흡과 마음을 고스란히 품은 채 종이 위에 남았다. 그렇게 예전의 ‘지금’들이 켜켜이 쌓여 또 하나의 ‘지금’이 된다. 각자 다른 시간을 지나왔지만, 지금 이 순간을 함께하고 있는 아주 특별한 ‘지금’이다. 여기각각 다른 손길과 시간을 거쳐온 작품들이 지금, 여기에 놓였다. 흩어져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여기의 빛과 온도, 공기와 소리,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지..

좋은 세상 2026.01.25

대정성지

예로부터 명석한 이들이 많이 난다던 대정고을을 찾았다. 어느 집 시멘트 벽에 그려진 대정현성 지도는 이 고을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잘 보여준다. 대정성지. 천천히 걸으면 대정성지는 아름답다. 오래 걸으면 더 아름답다. 동문으로 들어서면 추사를 만나고, 북문에 오르면 한라와 산방산, 단산이 반기며, 서문까지 가지 않더라도 보성초등학교에서 동계 정온을 비롯한 옛 어른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향청을 지나치면 제주의 장두 이재수가 나그네의 발길을 붙든다. 오래 붙든다. 대정성지는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이다. 조선 태종 16년인 1416년에 제주도의 행정 구역 정비로 대정현이 설치되고 난 후 2년 뒤에 대정현감 유신이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읍성을 축조했다. 이 읍성은 산과 계곡을 끼고 있는 일반적인 ..

외꼴절

외꼴절이 스러진 자리에 홀로 계신 신홍연 스님을 다시 찾았다. 외꼴절은 1934년 11월 5일 백양사 함덕포교당으로 설치계를 받아 창건된 사찰이다. 당시 이곳에는 132~165㎡ 가량의 초가 법당과 요사채, 정자 등이 갖춰져 있었는데, 외꼴에 자리잡고 있어서 백양사 함덕포교당이라는 명칭보다는 외꼴절로 더 많이 불렸었다. 창건주지 송파당신공홍연지묘 외꼴절 창건주 신홍연 스님은 농촌 계몽 운동의 선구자로서 함덕 지역 농민들의 스승이요, 벗이었다. 스님은 이곳에서 부처님의 정법을 홍포하였을 뿐만 아니라, 함덕지역의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비파, 시금치, 무, 호배추 등의 농작물을 마을에 보급하고 직접 농사를 지었다. 무, 배추 등의 농사가 성공하면서 주민들의 호응도 늘어났다. 그러나 제주 ..

4 와 3 2026.01.25

제주 4·3과 박진경

한울누리공원에서 관음사로 향하는 도로변에 충혼비 등과 함께 동백꽃비가 서 있다. 정확한 주소는 제주시 연동 산 132-2번지로서, 제주 오라메밀꽃 축제장 입구 맞은편 도로변이다. 우측으로부터 1957년 제주도공비완멸위원회에서 세운 충혼비, 제주4.3 당시 토벌대를 포함한 반공애국투사충혼비, 고육군대령박진경추도비 그리고 동백꽃비 등이 보인다. 제주 4.3의 아픈 영령들이 스러져간 자리마다 피어나는 동백꽃비가 왜 여기에 서 있을까. 원래 이 비석들은 사라봉 자락 충혼묘지에 있었으나 1985년 10월 26일 아흔아홉골로 제주시 충혼묘지가 이전되면서 옮겨왔고, 국립호국원 개설 이후에 다시 이곳으로 옮겨진 것이다. 박진경 대령은 누구인가. "조선 민족 전체를 위해서라면 제주도민 30만 명을 희생시켜도 좋..

4 와 3 202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