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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사찰112

아흔아홉골 천왕사 이쯤에서 쉬어 가자 유리창에 기대어 니르바나를 꿈꾸는 가여운 사람들아 가을이다. 마음의 등불 하나 켜고 서성이는 가을 저녁 한라산 아흔아홉골 금봉곡 하류 한 골짜기가 모자라 호랑이가 살지 않는다는 아흔아홉골 가을이 흘러 내려온 자리 그곳엔 천왕사 산내음이 향내음 그 속에서 너나없이 서성인다. 1955년 비룡스님에 의해 창건된 천왕사 사람은 가고 천왕사의 옛모습도 꿈엔듯 아련하다. 산색이라 하여 어찌 옛과 같을까 다만 그렇게 변해 가는 속에 스스로가 있다. 삼성각 뜰에도 가을 어디에나 쌓이는 작은 소망들 한 닢의 무게 가을의 무게 버리면 가볍다 적송의 향기도 가볍다 가는 사람 오는 사람 누구는 색에 취하고 누구는 향기에 취하고 그렇게 가볍게 흘러 흘러 닿은 한라산 북사면 도근천의 하류 그 물줄기를 따라왔던.. 2009. 10. 26.
자성원 그리고 청화스님 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한잎 주워 찻잔에 띄우면 그만이지 꽃잎 대신찻잔에 뜬청화스님 표선 신풍리 자성원. 그 자성원 한 켠 청화스님께서 육조단경을 번역하시던 이곳 스님은 열반에 드셨지만이제는 잊혀질만도 한 작은 인연에도 눈물 적시는 이들을 위해고운 상사화 한 송이 남겨두셨습니다. 스님! 가신 줄 알았는데...계셨나요... 착하다! 잘 왔다! 선재, 선재라여전히 맑은 미소 보이며방문을 활짝 열어주시는 스님 "선지식들이여!세상 사람들 성품은 본래로 청정하여만 가지 법이 다 자기의 성품을 갖추어 있나니모든 악한 일을 생각하면 바로 악을 행하게 되고모든 착한 일을 생각하면 바로 착한 일을 행하게 되는 것이니라." "해와 달은 항상 밝으나다만 구름이 덮이면 위는 밝고 아래는 어두워서 일월성신을 보지 못하나니홀연.. 2008. 2. 29.
한마음 선원 어제 분 그 바람에봄의 문고리가 벗겨졌다. 하늘로강물이 흐른다. 봄의 강물은꽃길이다. 제주시 영평 하동 한마음선원 1987년 6월대행 스님의 뜻을 이어전국 한마음 선원지부 중에서두번째로 개원한 곳 그 옆모습이요즘 곱다. 대웅전 부처님과 함께향로의 재마저 고와첫 향을 올리는 새벽이 더욱 간절해진다. 법당을 돌아서 나올 때마다들려주는 말씀 지금 돌아보는그 한 생각을 잘 다스려라! 그러나 포대화상 앞에서다시 깜깜해지는 마음. 천백억으로 몸을 나누어도낱낱이 참 미륵일세.항상 세인에게 나누어 보이건만아무도 미륵임을 아는 이 없네. 부끄러움으로 인해해수관음보살님 주변을 뱅뱅 맴돈다. 그 아래로1995년 한국 최초로 세워졌다는 영탑공원 인연따라 왔다가인연따라 가는 길로도그렇게 봄은 이어진다. 팡팡!꽃들은 잘도 터지는.. 2008. 2. 29.
남국선원 달없는 정월 대보름 꽃이 먼저 가부좌를 풀어버린 동안거 해제일 눈푸른 운수납자들의 향기를 좇아 서귀포시 상효동 산 39번지 남국선원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신기루! 혹은 허공꽃! 또는 문없는 문! 그 모든 의문을 풀어제칠 남국선원 무문관 입구입니다. 문은 없는데 아무나 들어서지 못한 곳입니.. 2008. 2. 29.
한라산 석굴암 길 저 편 눈부신 그것을 그리움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자꾸만 깊은 계곡으로 빠지는 말없는 시선도 그리움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그 계곡 속 마르지 않는 샘물도 그리움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한라산 금봉곡 석굴암 바위에 그리움을 새기던 1945년 어느 날의 강동원 스님도 1948년 어느 날의 산사람들도.. 2008. 2. 29.
월라사 겨울 꽃에는 온기가 있습니다. 바람을 기다리는 민들레 홀씨에게서 새 봄을 찾아 먼 길을 나서는 겨울 꽃의 애잔한 온기가 느껴집니다. 꽃잎을 빚던 이들의 온기처럼 온화하게 빛나는 소박한 절 하나가 월라봉 기슭에 홀씨처럼 돋아나 있습니다. 서귀포시 신효동 월라봉 기슭의 월라사. 1933년 창건되.. 2008. 2. 29.